건강 먹거리 타령
- 작성자 : 전창일
- 조회 : 44,574
- 15-12-04 22:11
이영무
"즐거움을 위해서 음식을 먹느냐? 아니면 건강만을 고려하여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한 대사의 넋두리 같이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여러 가지로 참으로 큰 문제이다. 간단한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건강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or WHO)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붉은 고기(red meat)나 그 가공식품을 먹어서 암에 걸려 죽는 전 세계의 사람의 수가 매년 50,0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 우리가 즐겨 마시는, 때로는 과음하는 술이 원인이 되어 암으로 죽는 수가 6만, 한때 즐겨 피우던 담배 때문에 죽는 수는 일백만이라고 한다. 또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자그마치 900여 개로 발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커피 shop도 마음대로 갈수가 없고 gas station에서 휘발유를 채우는
것도 조심하여야하고 달걀 김치도 조심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발암 물질들에 얼마나 노출되어야 혹은 어느 정도 먹어야 병으로 진전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과학적 자료가 미약하여 표준 guideline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좌우지간 유쾌함과 즐거움만을 위해서 기분 좋게 먹고 마실 수만 있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이론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라 음식 먹는 문제 때문에 많은
우리들은 첩첩산중을 걷고 있는 것 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옛날 그 배고픈 시절 아무 것을 먹어도 상관없던 그때가 좋았다. 정육점에서 기름덩이라도
조금 더 얻으려고 애걸복걸 하던 때를 기억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대하는 한 가지 방법은 주사위를 던지며 도박하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문제들을 무시하고 철저히 단서 없이 오리무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Blissfully Ignorant" 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이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면 기쁘고 행복하지 않은가? 이러한 천하태평의 사람들의 대부분은 5-10년 적게 사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다. 사실상 발암물질과 암의 유발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간단한 연결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암을 비롯하여 치료가 어려운 병들은 생활습관(먹는 것, 마시는 것 포함), 환경(unknown factor 포함) 그리고 유전자의
세 파장이 서로 한곳에서 겹쳐야 비로써 발병하는 것이다. 술 담배를 평생 동안 즐긴 어떤 사람들은 90이 넘어도 건강하고 담배를 간접으로 피운 사람(남편이 애연가)은 60이 넘기도 전에 폐암으로 사망하고. 내가 존경하는 어떤 의사 분은 오로지 붉은 고기인 소고기만을 80년 동안 먹었으나(생선이나 닭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아무 탈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예들이 음식 하나만으로는 발병치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고 있다. 더하여 식품-질병(암 포함)관계 연구는 상당한 혼란을 가져다준다. 달걀 커피 당근 토마토 등은 어떤 연구에서는 암에 걸릴 확률을 낮춘다하고, 다른 연구는 정반대의 결과를 발표하고… 김치는 지금 제일의 Probiotic 음식이 아닌가? 발암 음식이란 말은 이제 들을 수가 없다. 또 WHO에서 발표한 내용이 혼란을 주어서(bad
presentation!) 확실히 하여둘 필요를 느낀다. 사실상 내용은 이렇다. 베이컨을 하루에 두개 먹는 사람은 전혀 안 먹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단지 1%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1%가 문제가 되는지는 개인에 따라서 다를 것이다. 더하여 나에게 건강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건강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이다(personalized nutrition).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먹거리 문제로 누구보다도 어려움을 겪었다. 왜냐하면 나는 음식을 즐겨 많이 먹는 편이었고 또 식도락이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하여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음식을 꺼리지 않고 먹었던 천하태평의 남자였다. 내가 즐겨 자주 먹었던 음식들은 철저히 붉은 X싸인 으로 표시되어있다: 치즈-베이컨 버거, hot dog, French
fry, onion ring, steak(꼭 와인과 함께), diet coke, 삼겹살, 갈비구이(소주가 빠질 수 없고), 소시지, spam, 뎀뿌라, 중국음식(고량주와 더불어), KFC, pizza(맥주와 잘 어울린다), creamy
pasta, 돈까스 등등. 또 이 음식들은 내가 거의 평생 앓았던 위궤양에 좋지 않은 음식이었음에도 용감하게 먹어대었다. 당연히 결혼 후 집사람과는 상에 오르는 음식 때문에 실랑이가
좀 있었다. 아내가 즐기는 음식들은
모두 비린내를 풍기었다: 고등어, 청어, 참치, 연어, 조개, 대구, muscle, 새우 등 모두 생선류다. 나도 그간 많이 배워 이제는 잘 먹는 편이지만, 생선류만 먹는다고 하여 문제가 없는 것이다 아니다. 고등어 등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고, 큰 생선 (tuna,
cod 등등)류는 중금속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으며 연어나 shell fish 들은 자연산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양어장에서 재배되어 나오니 입맛이 저절로 떨어지고(오염도 또한 심각하다) 좋아하던 동태찌개나 명란젓은 후꾸시마 원전사고 이후 오염식으로 도장이 찍히고, 성게나 전복은 금값에 가깝고. 그렇다면 white
meat인 닭고기나 먹으려고 하니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이 항생제와
호르몬 등으로 오염되었다는 경고장이 날아든다. 할 수 없어 쌀밥과 김치 밑반찬만 먹었더니 쌀은 쉽게 당(glucose)으로 소화 분해되는(glycemic) 곡식으로 당뇨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해서 현미로 대치하니 현미는 비소(arsenic)가 있단다. 마지막 수단으로 잡곡밥으로 바꾸니 집사람을 포함해서 아들 손자 놈들은 먹기를 거절한다. 그래서 쌀밥과 잡곡밥을 따로 따로 지어서 후자는 나와
며느리만 먹고 나머지는 쌀밥만 먹으니 "아이고 힘들다"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나물종류와 샐러드라도 많이 먹으려고 했더니 비료와 살충제 등으로 많이 오염 되었으니 조심하란다. 실과로 배를 채우려고 하니 살충제의 오염이 정말로 더
심하다고 한다. 특히 사과 포도
딸기를 조심하라고 한다. Diet coke는 설탕이 없어 괜찮은 줄 알고 가끔 마셨더니 이것은 또 위장 속의 좋은 박테리아를 쓸어 없애버린다고 하여 끊어야 했고.
유기농 식품만 살려고 했더니 나같이 은퇴하여 고정된 수입으로만 살아가는 사람한테는 너무나 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꼬? 아무것도 몰랐던 옛날로 돌아 갈 수도 없고. 그렇게 즐기는 음식들을 안 먹을 수도 없고. 누군가의 말처럼 비 오는 날은 사고 날 확률이 높다고
해서 운전을 안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참으로 진퇴양난이었다.
나도 3년 전부터는 천하태평의 생활을
떠나고 있다. 주위의 압력이 적지
않다. 태평생활을 계속하면
무식한 얼뜨기(Ignorance freak)로 주류사회(main stream)에서 밀려날까 염려되고 또 무엇보다도 나의 건강을 위해서다. 내가 희귀한 병이 있다는 것을 3년 전에 진단 받았다. Stress hormone인 cortisol 이 분비가 안 되니까
코티솔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먹어야한다. 그런데 이 호르몬 약은 당 대사를 바꾸고 식욕을 증진시켜 이 약을 투입하면서 부터는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내 나이에 혁대 구멍을 뚫어 늘리면 위험하다. 당뇨(Type 2), 심장병 등을 비롯한 병들이 차례로 찾아 올 터이니 말이다. 참고로 2014년 당뇨 새 환자수가 1.4 million
이라고 한다. 2008 년에는 1.7 million 이었다니 조금 줄어들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참으로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큰 경고이다. 한국인들은 살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날씬한 편이지만
당뇨병 환자는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이유는? 칼로리 섭취는 적지만 쌀밥
같은 glycemic 음식과 높은 설탕섭취(김치, 불고기, 반찬 등에 설탕을 지나치게 쓰고 있다.)가 원인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의 건강을 위해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생각 끝에 결정한 것은 (1)우선 먹는 양을 주리자. 조금씩 먹으면 일거삼득이
아닌가? 경제적으로 좋고
몸에 해로운 물질도 따라서 줄어 들것이고: 양을 반으로 줄이면 몸으로 들어오는 독소로 반으로 줄어들 것이 아닌가? 또 NIH 에서 권장하는 BMI (Body Mass Index)는 피골상접일수록
좋으니 말이다. (2)먹는 탄수화물에
대하여 좀 더 신경을 쓰자.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보면 지방 보다는 탄수화물이 건강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가공된 탄수화물이나 glycemic 음식들은 섭취 후 혈중 포도당(glucose)를 빨리 높여 당뇨나
심장질환으로 갈수 있으니 삼가 하여야 할 것 같다. 설탕은 사실상 독소이다. 쌀밥과 정제된 밀가루 음식은 적극 피하자.
(3)음식은 독약이 아니면 다 먹자. 그래서 먹거리의 수를 대폭 늘리자. 그러면 제한된 음식만 먹는 것보다도 해로운 화학물질이
대량 들어오는 기회를 주릴 수 있다. 또 좀 더 균형이 잡힌 영양소를 섭취 할 수도 있고. (4)자기 집 채소밭과 과수원을 좀 더 활용하자(100%
유기농 이니까). 우리 집에는 아주 조그만(<200
sq. ft) 채소밭과 과일나무 몇 그루가 있다. 토마토는 4개월간은 자급자족이 되고 풋고추도 심심치 않게 나오며 깻잎은 무진장 나온다. 오렌지는 사지 않아도 되고 배는 익기도 전에 스컹크에
다 뺏기고 석류는 다람쥐와 반반씩 나눈다. 레몬은 충분하여 이웃 친구 친척들과 나누어 먹는다. 포도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나는 채소밭과 과일나무를 심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고 믿을 수 있는100% 유기농품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이 강하고 토양이 비옥한 Sacramento를 포함한 Central Valley 에서는 말이다. (5)유기농이 아닌 채소와 과실은 철저히 씻어먹자. 한 30분 이상 물에 담가 놓으면 물에 녹는 독소들은 대개 없애버릴 수 있다.
먹는 양을 한 30-40% 정도 주리고 일주일에 25 마일씩을 걸으니(이것은 1988 부터 계속하는 운동이다) 3개월이 지난 후 몸무게는 15 파운드가 내려 160이 되었다. 혈중 당은 100 이하로 내렸고 콜레스트롤은 약을 먹지 않고 170이다. 그러나 완강하게 버티는 뱃살을 더 없애며 155
파운드로 내려야 하는데 지난 두 달은 계속 사탄(복부의 지방세포)에게 지고 있다. 하지만 계속 해야지. Glyco-hemoglobin A1c (헤모글로빈에 붙어있는 당)를 5.6 이하로 내리려고 하니까. 참고로 설명하면 코티솔을 복용 하면서 다이어트 하는 것은 두 배 이상이나 힘들다. 체내에서 필요에 따라
조금씩 분비되는 것과는 달리, 아마도 체외에서
한꺼번에 들어오는 호르몬은 당 대사를 바꾸어 놓고 식욕을 증진 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나의 설이다). 하여간 조금씩 먹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몸이 가벼워지고 소화도 잘되며 식곤증 같은 피로는 없고
머리도 깨끗하여진 것 같다. 최근 lab test (metabolic, lipid panels, blood cells, 이외에도 여러 다른
검사 포함)를 검토한 내 의사(endocrinologist)는 결과에 대만족
이었다. 모든 것이다 좋다고
한다. "Keep up your good works" 하더라! 조금씩 먹어 몸무게를 낮게 유지하라는 의사의 권고로 들렸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과거에 먹던 "안 돼" 하는 음식들도 계속 먹는다. 단 그 양을 50% 이상 줄이고 먹는 횟수는 크게 줄였다. 예로 피자나 햄버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침 음식으로는 실과와 잡곡류를 대폭 늘렸다: 아보카도, 사과, 바나나, 배, 대추, 석류, 복숭아, 포도, 딸기, 베리 종류 등이며 이중에 한두 가지는 꼭 먹는다. 또 다섯까지 이상의 잡곡(보리, 메밀, millet, oats, rye,
spelt, 밀, wild rice, quinoa,
kamut 등 단백질 함량이 높거나 쉽게 당으로 분해 안 되는 less glycemic 곡류)으로 만든 죽을 대량 만들어 오랫동안 먹으며 오트밀(steel cut)도 자주 먹는다. 때로는 한국식(국, 오이지, 잡곡밥...) 혹은 일식(미소 국, 구운 생선, 김…)으로. 달걀과 구운 고구마를 자주 먹고 yogurt는 새로운 아침식사로 등장했다. 설탕이 많은 cereal 은 아예 없애버리고 sausage,
bacon, pancake, toast는 먹는 횟수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않는다. Nut과 Seed 종류를 스낵으로 먹는다. 저녁과 함께 가끔 마시던 cocktail 이나 wine은 가까운 친지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서나 조금 할 뿐이다. Diet soda는 완전히 끊었다. 그러나 아직도 French fry에는 약하다. 손자들 접시에서 몇 개를 슬쩍하곤 한다. 세 번째 손이 가면 손자 녀석이 접시를 뒤로 뺀다. "다행이지,
많이는 못 먹게 되니" 하고 ‘신포도’ 의 여우같은 소리를 낸다.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밀가루 음식(국수, 빵 종류)과 감자로 만든 음식(군 감자, 프라이 등)을 더 주리고 그 대용품(도토리 국수 같은 것)을 적극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 중에는 건강식품이 대부분이다. 그중 하나만을 소개 하겠다. 요즈음은 사라지고 없는 정초음식 쇠고기 편육이다. 기름기가 전혀 없고 최고의 양질 단백질을 제공한다. 요즈음 같이 오염된 항생제나 해로운 물질도 그 만드는
과정에서 제거할 수 있으니 더군다나 건강음식 이라고 자신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좀 많이 가는 것이 흠이나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여러 번 나누어
오래 먹을 수 있으니 해볼 만하다. 2 파운드(그 이상도 좋다) 정도의 쇠고기(Brisket)를 큰 솥에 넣고
고기가 물에 잠기도록 물을 붓고 밤새 담가둔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해로운 물질이(항생제, 호르몬 등) 피와 함께 물에 녹아서 나온다. 그 물을 버리고 고기를 찬물로 몇 번 행구고 깨끗한 물을 고기가 잠길 수 있도록 충분이
넣고 끓기 시작하면 낮은 불에서 90분에서 2시간정도 더 끓인다. 식힌 후에 고기를 꺼내어 삼베로 싼 다음 또 종이수건으로 두 번 싸서 ziplock에 넣은 후에 맷돌로
눌려 놓는다. 맷돌이 없으니 나는 두꺼운 사전 등 무게 나가는 책들을 대신 쓴다. 10시간 이상 눌러놓은 다음(남아있는 모든 기름은 삼베와 종이수건에 흡수된다) 고기를 빼내어 자기가 좋아하는 두께로 쓴다. 여러 등분으로 나누어 ziplock에 넣고 일부는
냉장고 일부는 냉동 칸에 넣어 보관하면서 꺼내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냉면 고기로도 훌륭하다. 삶은 물은 냉장고에서 식히면 기름은 굳어서 둥둥 뜬다. 기름을 제거한 육수는 여러모로 쓸 수가 있다. 떡국 국물이나 육개장에 쓰면 딱 좋다. 한번 해보세요. 좋아 하실 것입니다.
끝으로 교회 부엌에서 일하시는 여러분께 정말로 감사드린다. 매 주일 점심을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 하시니 말이다. 무국, 된장국, 미역국 등을 기름기 없이 또 조미료를 넣지 않고 제일의 Probiotic인 김치와 함께
딱 알맞은 양을 주시니 이보다도 더 좋은 건강음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보리나 잡곡이 들어가면 더 좋은데. 욕심이 많지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glycemic
food인 쌀밥을 피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부엌을 들어가 보니 알뜰한 주부도 이렇게 정돈되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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