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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광주


5월의 광주

T. S. 엘리어트에게 잔인한 달이

4월이라면,

우리에게 잔인한 달은

5월이다.

엘리어트의 4월이 연녹색이라면,

우리의 5월은 피 빛이다.

5월의 한 가운데 빛 고을 광주가 있다.

망월동 뒷산에 광주가 숨죽여 묻히던 날,

역사도 함께 죽어 묻히던 그 치욕의 날,

조가도 없고, 만장도 없이

그대들을 허무하게 떠나 보낸

나의 비겁함을 용서하지 마라.

비겁함에 무관심을 더하여

그대들을 잊고 산

깃털처럼 가벼운 나의 세월을

용서하지 마라.

먼 길 돌아와 그대들 앞에 선 오늘

죽은 줄 알았던 진실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따갑게 내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대는 무엇을 하였는가?

한 없는 부끄러움과 참을 수 없는 민망함이

변명처럼 안개비로 덮인 날

님들의 영전에서 나는 보았다.

두 손에 고이 바쳐진 생명의 씨앗을.

그렇다!

광주는 죽어서 살았고,

살아서 역사가 되었다.

엘리어트의 4월이 허무라면,

우리의 5월은 생명이며 부활이다.

광주의 5월은

우리의 거룩한 심장이다!

5월은 광주의 이름이며, 훈장이다.

광주여 영원하라!

<2012 3 17. 광주 5.18 민주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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