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광주
- 작성자 : sangkun pa…
- 조회 : 8,859
- 12-08-17 16:59
5월의 광주
T. S. 엘리어트에게 잔인한 달이
4월이라면,
우리에게 잔인한 달은
5월이다.
엘리어트의 4월이 연녹색이라면,
우리의 5월은 피 빛이다.
그 5월의 한 가운데 빛 고을 광주가 있다.
망월동 뒷산에 광주가 숨죽여 묻히던 날,
역사도 함께 죽어 묻히던 그 치욕의 날,
조가도 없고, 만장도 없이
그대들을 허무하게 떠나 보낸
나의 비겁함을 용서하지 마라.
비겁함에 무관심을 더하여
그대들을 잊고 산
깃털처럼 가벼운 나의 세월을
용서하지 마라.
먼 길 돌아와 그대들 앞에 선 오늘
죽은 줄 알았던 진실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서
따갑게 내게 묻는다.
그대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대는 무엇을 하였는가?
한 없는 부끄러움과 참을 수 없는 민망함이
변명처럼 안개비로 덮인 날
님들의 영전에서 나는 보았다.
두 손에 고이 바쳐진 생명의 씨앗을.
그렇다!
광주는 죽어서 살았고,
살아서 역사가 되었다.
엘리어트의 4월이 허무라면,
우리의 5월은 생명이며 부활이다.
광주의 5월은
우리의 거룩한 심장이다!
5월은 광주의 이름이며, 훈장이다.
광주여 영원하라!
<2012년 3월 17일. 광주 5.18 민주화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나서>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