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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장벽

  • 작성자 : 전창일
  • 조회 : 10,381
  • 10-08-08 06:20

베들레헴 장벽


가슴이 아프다
장벽을 쌓아 올린 그들도
장벽으로 가로막힌 그들도
제 나름의 사연이야 있겠지.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반 토막 난 파란 하늘
허공조차 갈라놓은 경계의 눈초리
바람도 멈추고 시간도 멈추어
살아 있는 화석이 되어버린
고도(古都)의 하루가
부디 증오가 아니길!
부디 절망이 아니길!

하늘로부터 육신의 땅으로 이어진 샬롬의 땅
영원한 겸비함으로
우주의 중심이 되었던 땅,
그들의 죄에서 자기의 백성을 구원할
하늘의 속죄가 시작된 땅
그래서 더욱 억울한 땅!

고대로 나그네 발길을 이끌던 순례의 땅
이제는 껍질 벗은 순례가 허영이 되어버린 땅
그래도 올 수 밖에 없는 모태의 땅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땅.

평화라는 이름의 역사가
하늘의 영광을 비추던 땅
가난한 목동의 발걸음조차 따스하게 감싸 안고
천사도 춤을 추게 만들던 하늘이 선택한 땅
그래서 더욱 평화가 목마른 땅!

그랬던가?
인간의 역사가 곧 장벽이었던 것을
쌓고 또 쌓아 온 장벽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온 세월
탯줄 끊긴 두 손이
허공을 향해 핏발 선 물음을 묻는다.
우리에게 출구는 있는가?


(2010년 3월 17일 베들레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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