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1
- 작성자 : sangkun pa…
- 조회 : 8,445
- 14-06-19 23:03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1
새크라멘토한인장로교회 박상근 목사
최근 PD수첩을 통해서 서울 S교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방영되어 또 다시 한국 교회가 세인들의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한국 교회가 세상에서 신뢰를 잃고 걱정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된 상황에서 방송을 시청하기가 무척 불편했습니다.
S교회의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담임목사의 학위 논문 표절이 하나이고, 교회 건축 과정의 불법성과 건축비 지출에 대한 재정의 불투명성이 다른 하나입니다. 사실 후자의 문제는 전자의 문제 때문에 튀어나온 파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담임목사의 학위 논문으로 인한 갈등이 없었고 교회가 안정되어 있었다면 후자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목회 경험상 당회에서 그런 문제를 미리 충분히 의논할 수 있었다면 바깥으로 문제가 되어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대형교회의 문제는 어찌 보면 손가락 하나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를 국가적인 재앙으로 만든 사건으로 보입니다. 교인들이 적대관계로 서로 나뉘어 싸우고, 경찰이 교회에 출동을 하고, 교회 앞에는 바리게이트가 쳐져 있는 모습이 너무 서글프게 보였습니다. 게다가 한 가족이 교회 문제로 의견이 나뉘어 원수처럼 된 경우도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자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는가?’
저의 소꿉친구가 그 교회의 교수회 모임의 일원이라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의 전개과정을 소상히 듣고 나서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입장에서는 자기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그 교회의 갈등의 출발점은 담임목사가 제공했다는 사실입니다. 목사 한 사람의 자존심을 지키려다가 6만 명이 넘는 교인들이 지옥 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한국 교회는 또 다시 세상에 쓰레기 취급을 받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입니다. 목사 한 사람이 죽으면 모두가 살 수 있는 일인데 생각할수록 너무 아쉽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많은 갈등의 최종적인 책임은 목사에게 있습니다. 단지 책임감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교회 갈등의 대부분은 목사의 문제로 시작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뿐 아니라 이민 교회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는 많은 교회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목사의 문제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동료 목사님들이 비난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맞아죽을 각오하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한국교회가 사회 구원을 위한 성경적인 교회로 회복되고,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신 ‘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목사가 죽어야 한다!” 숱한 시간, 교회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며 얻은 목회자로서의 양심의 고백임으로 속는 셈치고 한번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물론 교인들이 물의를 일으켜 교회가 위기를 맞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심도 있게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고민하며 얻은 결론은 문제를 일으키는 그 교인들을 다루는 것도 결국은 목사의 역량의 문제였습니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역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공동체입니다. 어찌 보면 한 나라의 대통령보다도 뛰어난 자질과 인격을 요구받는 것이 한 교회를 책임지는 목사의 자리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부족하면 많은 보좌관들과 장관들의 도움을 받아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목사의 목회는 옆에서 누가 도와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절대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목사를 대신해서 하나님을 만나줄 수가 없습니다. 누구도 목사를 대신해서 소명의식을 가져줄 수가 없습니다. 누구도 목사를 대신해서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희생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목사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거룩하고도 고독한 자기고백이며 자기발견입니다. 그리고 그 자기발견과 자기고백은 적어도 저의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내가 죽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국 교회에 과연 희망이 있겠습니까? 아직 환갑을 3년이나 남겨둔 인생의 풋내기가, 그리고 이제 겨우 목회 경력 25년 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답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질문인줄 알지만 감히 한 말씀 올립니다. “목사가 죽으면 교회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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