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골수도
- 작성자 : sangkun pa…
- 조회 : 8,124
- 14-04-29 16:42
맹 골 수 도
물살이 맹수처럼
거칠고 빨라서 붙은 이름,
맹 골 수 도!
진도 앞바다의
그 검고도 탁한 흙빛은
우리가 간절히
이루고 만든 허영의 실체였음을
너희들이 온몸을
던져
발가벗겨 증명하였구나.
역사는 날카로운
이빨로 기억할 것이다.
맹골수도에 침몰한
것은
너희들의 육신이
아니라,
우리들의 탐욕과
배신이며,
거짓과 무능이었음을.
모든 것이 비정상인
그 죽음의 바다에서,
너희들의 순수함만이
진실이었다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거센 물살이
되었나 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부끄러움을
이토록 강렬하게
느끼리라곤
어찌 생각이나
했겠느냐?
욕되고 죄스러운
마음이
쓰나미가 되어
대양을 뒤덮는데,
한 가닥 변명을
간신히 붙잡은
우리의 초라함을
부디 용서하려무나.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을
결코 잊지 않으마!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이
새로운 역사의
출발이 되게 하마!
반드시 그렇게
하마!
이 더러운 변명이라도
하지 않고선
어찌 숨을 쉴
수가 있겠느냐?
숱한 밤을 말갛게
세며
시간을 갈기갈기
찢어 생각해도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심장에 인간의
피가 흐른다면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너희들이 차가운
흑암 속에서
엄마를 부르며
사랑하는 친구들을
그리며
생의 마지막을
간신히 붙잡고 있을 때,
온돌방에서 젖은
돈 말리던
미친 세상의
아픈 기억을 다 잊고
부디 안식하기를.......
물살이 맹수처럼
거칠고 빨라서 붙은 이름
맹 골 수 도!
“북위 34도 14분 23.4초, 동경 125도 51분 58.9초”
기억하라!
썩어빠진 세상이
묻던 그곳의 좌표를!
얼마나 세월이
비껴가야
너희들을 보낼
수 있을까?
얼마나 질긴
밤을 보내야
너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이름이 ‘사랑’이신 신의 이름으로
너희들에게 안식이
있기를!
부디......,
못 다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끝나지 않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펼치지 못한
안타까운 꿈을,
그 분의 품
안에서
모두 보상받기를.......
<2014.
4. 24.
진주 앞바다
맹골수도에 수장된
세월호 참사
학생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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