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씨를 위한 애가
- 작성자 : sangkun pa…
- 조회 : 9,908
- 12-08-17 17:09
나훈아 씨를 위한 애가
나훈아 씨는 노래가숩니다.
대한민국 가숩니다.
그래서 억울합니다.
억울한 목숨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의 이름은 이
억울하고도 지저분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스스로 목매 죽은 안타까운
목숨들의 되살아난
심장입니다.
앞으로도 억울하게 죽어 갈
셀 수도 없는 목숨들의 진혼곡입니다.
그가 바지춤을 끌렀을 때
우리의 문명도 수명을 다한 것입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기계인간들이
활개 치는 세상은
우리가 쌓아올린 바벨탑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원죄로부터 누군들 자유롭겠습니까?
저도 죄인입니다.
이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도록
지워지지 않을 참회록을 쓰고 또 쓸 참입니다.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는
마음을 잔인한 붓끝으로 써 볼 참입니다.
나훈아 씨는 노래가수였답니다.
대한민국 가수였다고 합니다.
그가 다시 노래 부를 날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슬픈 노래는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억울합니다.
얼마나 더 많은 나훈아 씨가
다시 바지춤을 내리고
스스로 목 맨 억울한 죽음들이 있어야
이 바벨탑이 허물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억울한 세월이
꽃 샘 바람으로 저리도 부는 가 봅니다.
2008. 2. 12. 박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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