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교회

이웃과 민족과 세계를 향하여

나훈아씨를 위한 애가


나훈아 씨를 위한 애가

나훈아 씨는 노래가숩니다.

대한민국 가숩니다.

그래서 억울합니다.

억울한 목숨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의 이름은 이

억울하고도 지저분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스스로 목매 죽은 안타까운

목숨들의 되살아난

심장입니다.

앞으로도 억울하게 죽어 갈

셀 수도 없는 목숨들의 진혼곡입니다.

그가 바지춤을 끌렀을 때

우리의 문명도 수명을 다한 것입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기계인간들이

활개 치는 세상은

우리가 쌓아올린 바벨탑인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그 원죄로부터 누군들 자유롭겠습니까?

저도 죄인입니다.

이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도록

지워지지 않을 참회록을 쓰고 또 쓸 참입니다.

부끄러워 하늘을 볼 수 없는

마음을 잔인한 붓끝으로 써 볼 참입니다.

나훈아 씨는 노래가수였답니다.

대한민국 가수였다고 합니다.

그가 다시 노래 부를 날이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슬픈 노래는 아마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슬프고 억울합니다.

얼마나 더 많은 나훈아 씨가

다시 바지춤을 내리고

스스로 목 맨 억울한 죽음들이 있어야

이 바벨탑이 허물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억울한 세월이

꽃 샘 바람으로 저리도 부는 가 봅니다.

2008. 2. 12. 박상근

댓글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