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 작성자 : sangkun pa…
- 조회 : 8,027
- 15-01-06 23:46
목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박상근 목사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국 사회가 아주 시끄럽습니다.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이고, 그 회사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그녀가 평소에 충분히 그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지인들의 보도를 보면서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과정이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서툴렀습니다. 국토부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는 조현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 임직원들이 총동원되고 화장실 청소까지 다시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보면, 이들에게 국민의 감정은 애초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처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목사의 인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신학교 시절 들었던 잊혀 지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목사가 되기 전에 성도가 먼저 되고, 성도가 되기 전에 인간이 먼저 되라.’
교회의 문제는 목사의 문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목사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진실을 말씀드리자만 문제 목사를 만드는 것은 교인들입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문제 목사는 성도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문제 목사는 부목사 시절부터 만들어집니다. 부목사 시절에 어떻게 훈련받고 준비되었느냐가 나중에 담임 목사를 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반 대학교를 나오지 않고 대학교 때부터 신학을 해서 목회자가 된 경우는 더욱 불리한 조건이 됩니다. 한국의 상황에서 신학생은 대개 ‘교육전도사’ 라는 사역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사람은 한 번도 세상의 경험을 가져보지 못하고, 남들을 섬기는 훈련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 때부터 ‘전도사님’이라고 불리면서 대접 받는 데만 익숙해집니다. 성도들은 그가 전문 사역자인지 아직 학생이어서 훈련이 필요한 상황인지 인식을 하지 못하고 무조건 ‘주의 종’의 개념으로 대우하고 받들어 줍니다.
그러면 그는 목회의 시작 단계에서부터 남을 섬기고 돌보는 종의 개념을 갖지 못하고 자신이 대접받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심지어는 교인들이 자신을 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신은 당당히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서울의 어떤 대형 교회의 부목사를 몇 년 하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을 신학교 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글픈 소리 아닙니까?
심각한 것은 대접만 받다보면 목회자에게 ‘거지 근성’이 생깁니다. 성도들이 자기를 섬겨주고 대접해 주는 것에 아주 민감해집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를 잘 섬겨주는지를 파악하고 사람을 조종하게 됩니다. 순진한 성도들은 ‘주의 종’을 기쁨으로 섬깁니다. 결국 목회자로서의 인격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미국의 어떤 교단에서는 목사가 되려면 반드시 일반 직장생활이나 사회 경험이 2년 이상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가 남들에게 대접받는 데만 익숙하고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면 성도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도 없고 목회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이 직장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장사를 하면서 얼마나 속이 타는 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여 성도들과 공감하는데 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목사는 자격증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갈고 닦이고 다듬어 만들어지는 존재입니다. 그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들어지는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소위 ‘불량품’이 되는 것입니다. 성도님들이 목회자의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 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교회의 비극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훈련의 과정을 잘 거쳐서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진정한 ‘주의 종’이 되도록 광야에 홀로 설 수 있도록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로 도우십시오. 하나님 훈련에 방해되는 존재는 부디 안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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