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과연 CEO인가?
- 작성자 : sangkun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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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9-25 22:52
<목사, 과연 CEO인가?>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박상근 목사
'목사는 교회의 CEO입니다‘라던 후배에게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간곡한 말로 타일렀지만 그는 결국 부임한지 1년도 되지 않아서 교회를 풍비박산 내고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목사는 권위를 가지고 군중들 앞에 서다보니 자칫하면 마치 재벌회장처럼 전권을 휘두르는 CEO로 둔갑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마치 기업 경영하듯이 다룹니다.
목사가 교회의 CEO라는 착각에 빠지면 모든 사역이 정상에서 벗어납니다. CEO 목사는 교인들을 자기 밑에 있는 회사원처럼 생각합니다. 교회를 목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사가 공개적으로 자기 교회 여성도들에게 “빤스를 내리라고 명령해서 순종하면 내 양이고, 아니면 가짜다”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를 관리하는 목사의 입장에서 행정, 인사, 재정, 교육, 선교 등 총체적인 관리를 하려고 하면 CEO 같은 개념으로 접근하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목사를 리더십이 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CEO 위치에서 교회를 운영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성경적이냐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목사의 지도력은 CEO 같은 권위주의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유일한 참 지도자이신 예수님께서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목사의 영적인 권위는 CEO처럼 군림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를 낮추고 성도들을 섬기는데서 오는 것입니다. 누가 감히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면서 “내가 스승 된 자로서 너희의 발을 씻긴 것은 너희도 가서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는 말씀을 왜곡할 수가 있습니까? 목사는 성도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그 앞에 무릎을 꿇을 때 영적 지도자로서 권위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목사가 교인들 위에 군림하여 총통이나 재벌 회장 같은 권위를 가지는 것은 예수님이 비유로 경고하셨던 악한 종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은 분명히 그에게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로 세웠건만, 그는 자신이 마치 주인(CEO)인양 행세를 하면서 종들(교인들)을 학대하고, 주인의 재산을 함부로 처리하는 것은 분명 경고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목사는 목사다워집니다. 목사가 성도들 앞에 무릎 꿇는다고 해서 자존심 상하는 것 아닙니다. 죽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자기를 비우고 낮출 때 희미했던 하나님의 음성이 분명히 들려올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는 감격이 있을 것입니다.
목회하다 보면 억울한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얄미운 교인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도 자기 본분을 묵묵히 지키는 종이 진짜 종 아니겠습니까? 목회자가 진정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주님의 종이 되었는가는 이론으로 증명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진짜 억울한 상황 속에서 종 취급을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로 결정 나는 것입니다.
세상은 이미 한국교회에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정 교회의 갱신은 목회자가 자기 착각에서 벗어나 한걸음, 한걸음 주님의 발자국을 따를 때 시작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출발은 나는 결코 교회의 CEO로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 섬기는 종으로 부름 받았다는 자기 고백에서 시작합니다. 이것은 저 개인의 다짐이자 동료 목사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작은 깨우침입니다. 목회자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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